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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ITUTE OF EDUCATION 부산대학교 평생교육원 21세기 지식기반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을 배출하는 교육의 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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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심리상담사 수료후기

j*ha0204 2012-06-05 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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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많은 책의 주인공이었다. (독서심리상담사)

가지지 못해서, 꿈이라는 말에 조금씩 멀어지는 아이들이 안타까웠다.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삶을 일구기 이전까지, 애들에게 주어진 힘든 삶은 그들의 책임은 아닌거니까. 그냥 세상은 원래 불공평하다는 말로 밖엔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이니까.

고아원에서 애들 살피며 살고싶다는 생각은, 봉사 정신은 아니었다.
지극히 이기적인 생각에서였다. 그 꿈의 출발은 일종의 대리만족에서 기인한 것이니까.

가진 것 없고, 아는 것 없는 내가 내 꿈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 생각해봤다. 
많이 배워 똑똑한 것도 아니고, 큰 돈을 가진것도 아니고, 이런 저런 다양한 경험을 가진것도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

그러다가 든 생각이 바로 이거였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키워주는 것, 그리고 지혜를 전해주는 것, 마음을 부자되게 해 주는 것. 그것이라면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 후로 이런 저런 노력을 해왔다.
어떤 일이 생겼을 때, 긍정적인 쪽으로 생각하는 것을 연습했고 이런 저런 책을 읽으면서 지식보다는 세상 이치를 알아가려 애썼다.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지혜를 얻는 참 효과적인 방법이 책을 읽는 것이었다.
좋은 책과 인연이 닿았을 때, 그것을 통해 난 종종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눈을 얻었었으니까.

이런 생각과 이런 습관을 통해 조금씩 밝아지고 아픔을 잊어가는 나를 보면서, 아이들에게도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은 욕심이 커져갔다.
그리고 이곳 저곳을 뒤져서 독서 심리치료라는 강좌를 알게되었고, 수업은 시작되었다.

매일 한 권씩 책을 읽고 주인공과 닮아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마음이 아팠었다.
나도 장점이 있고, 세상을 긍정적인 눈으로 보는 편이라 그런 성향에 늘 감사하고 살았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이곳 저곳에서 발견되는 나의 아픔, 어두움, 두려움...
나는 그것들을 이겨내고 밝아 진 사람이 아니라, 외면하고 피하면서 밝음으로 포장 한 사람이란 걸 알게되었다. 밝으려고 애쓰고 있는 사람이란 걸 알게됐다.

매주 한 권씩 썼던 감상문을 모두 다 다시 읽었다.
한 번에 하나씩 발견되던 독특한 나의 성향들이 모두 하나의 맥락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발견했다.
더럭 겁이났다.
그 각각의 성향들이 어떤 기반에서 갈라져 나온 것들인지 어슬프게 알아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것들을 어떻게 고쳐나가야 할까?
어디부터 손을 데야 할까?
나는 그것에서 기인된 또 어떤 새로운 성향들을 키워가고 있을까?

너무 서두르지는 말아야겠다.
이제 겨우 한 학기의 수업이 마무리 되고있고, 나는 이제 겨우 숨겨둔 내 모습과 안면을 튼 정도니까. 아직 한 학기가 더 남았고, 나와 인연될 책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요즘은 어떤 일을 결정하기가 많이 힘들어졌다.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참 나 답던 방식으로 처리하면 금방 해결할 수 있는 일인데도 그게 잘 안된다.

이번만는 예전과는 다른 눈으로 보고싶고,
다른 방법으로 생각하고 싶고, 
다른 과정으로 처리하고 싶다.

내가 나를 대면하고 나니, 습관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고 말하던 당연했던 그 일들이
뭔가 잘못되었고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은 아닌것 같다는 느낌이 자꾸자꾸 올라온다.

이래 저래 많은 것들이, 수업을 듣기 전보다 복잡해지고 어려워진것 같다.
이 복잡함과 어려움은 반드시 내가 거쳐가야 하고 이겨내야 할 과정이기에, 난 힘들면서도 이 수업을 이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 학기가 지나고, 또 한 학기를 더 지내고 나면 지금은 어렴풋한 무엇인가가 선명하게 다가왔으면 좋겠다.
내 삶을 보는 새로운 눈을 가지고, 새로운 대안을 선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수다, 가족, 사랑, 성인아이, 가부장사회, 폭력, 불안, 죽음... 삶에서 피할 수 없는 많은 것들과 대면하는 시간을 책을 통해 얻었다.
열심히 참여하고 적극적으로 달겨들었지만, 차마 대면하지 못한 주제가 하나 있었다.

불안!
이 주제를 다루는 날은 수업에 참여할 용기조차 없었다.
내가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 그리고 지금도 참 많이 두려운 부분.
2주가 지난 지금도 난 이 단어가 많이 무섭고 힘들다.

이번 학기가 끝나고 방학이 오면, 의무여서가 아니라 필요하기에 나 스스로라도 다시 대면하는 시간을 가져볼것이다.
두 번, 세 번 다시 읽고 생각하면서 이 불안이 사라지고 마음 편해질 수 있도록 더 애써봐야겠다.

나는 아픈 아이였고, 불안한 성인이었다.
아프지 않는 법, 불안하지 않는 법이란게 세상에 있을까?
나는 아픔을 이겨내고 불안을 이겨내는 사람이 되고싶다.

그리고 마지막엔 두 손 모아서 기도드리고 싶다.
" 아프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불안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