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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ITUTE OF EDUCATION 부산대학교 평생교육원 21세기 지식기반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을 배출하는 교육의 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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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문화 - 권민호

k*on4940 2013-05-31 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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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호의 착한 커피

“아메리카노에 샷 추가 해서 주세요.” 내가 항상 커피점을 찾을 때 하는 말이었다. 심지어는 더블린에 잠시 살았을 때도 “One Grande Americano and on extra shot”을 외치고 다녔다.

대학을 복학한 2007년, 후배와 함께 들른 조그만 한 커피가게에서 알게 된 에스프레소로 만든 커피를 알게 되면서, 별다방, 콩다방, 천사다방은 나의 공부 방이 되었다. 식후나 주말이면 콩다방에 앉아 책을 읽거나 공부 하기를 즐겼다. 그땐 그게 멋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NewYorker 놀이였다.

대학 졸업 후 울산에 직장을 얻고 지금의 아내를 만나게 되었다. 아내는 그 때 이미 커피 문화 수업을 듣고 있었고, 기존에 이미 이혜영 선생님의 수업을 몇 번 들은 적이 있었다. 연애 시절 여느 커플과 같이 카페를 갔는데, 처음으로 Drip Coffee를 맞보게 되었다. 연한 맛에서 나오는 진한 향기와 풍미. 전혀 새로운 경험이였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기존의 입맛을 지울 수가 없어 혼자 Americano를 즐겨 마셨다. 결혼 후 아내가 모은 각종 커피 기구를 매일 접하게 되고, 커피 전문가 수업에 사용되는 원두를 맛보기시작 한 후 ‘나도 이제 수업을 들어야겠다.’ 라고 결심했다. 하지만 결심을 실행으로 옮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거주지가 울산이고 업무가 6시에 끝나다 보니 칼퇴근 후 바로 출발하더라도 7시 30분 이후에 부산대학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에 선생님께 미리 양해를 구하고 용기를 내어 2013학년 1학기 ‘커피 문화 수업’을 수강 신청하게 되었다. 항상 커피 수업을 마음속에 품고 계시던 장모님과 함께.

어느 정도 내용은 알고 있었지만 수업은 상상 이상이었다. 일반 바리스타 수업에서 진행하는 로스팅 이후의 기계로 커피 추출에 중점을 둔 게 아니라, 커피 씨앗에서부터 커피나무, 열매, 로스팅, 다양한 커피 추출 방법 등. 기존에 읽었던 몇 권의 커피에 관한 책에서 얻을 수 없었던 다양한 지식을 습득 할 수 있었다. 커피 문화 수업은 ‘진짜 커피란 어떤 것이다.’라는 기준을 세울 수 있는 긍정적인 힘을 준 수업이다.

얼마 전 TV에서 ‘착한 커피’에 대한 프로그램을 시청하였다. 그 프로그램에서 제시한 3가지 착한 커피의 기준은 첫째, 생산자와의 직거래, 둘째, 유기농 커피, 셋째, 갓 로스팅한 신선한 커피였다. 수업을 듣지 않았더라면 ‘아하~’하고 고개를 끄덕였겠지만, 수업을 들은 후 생각은 달라져있었다. 프로그램에 대해 비판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직거래, 공정무역 커피가 좋은 건 누구나가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가능케 할 수 있는 사람은 한국에 과연 몇 명이나 될 것인가? 나처럼 커피 창업의 꿈이 아닌 목표가 있는 사람에겐 무리한 요구이다. 만약 내가 인터넷 거래로 구입한 최고급 생두를 직접 로스팅하여 판매 한다면, ‘나는 못된 커피를 파는 것인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또 수업 중 커피는 여러 겹의 껍질이 있어, 생두는 상대적으로 농약으로부터 안전하다 라고 들었다. 괜히 유기농 커피라 해서 가격만 비싸게 받는 것 보다 유기농이 아닌 최상급의 커피를 좋은 가격으로 파는 것이 더욱 ‘착한 커피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갓 로스팅한 신선한 커피는 로스팅 후 3~7일 사이에 추출한 커피라는 조건으로 절대 필수 적이다.

무엇보다도 ‘커피 문화 수업’의 백미는 견학 수업이었다. 커피 전시관에 마련된 수백 종의 다양한 커피 기구는 Internet에서도 볼 수 없는 진귀한 기구들이었다. 수업을 듣기 전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수업 중 커피 전시관을 방문하니 모든 것이 새로워 보였고 한층 더 이해가 쉬웠다.

부부가 같은 취미를 가진다는 것은 축복이다. 서로의 이질감에서 오는 회의를 같은 취미로써 둘을 하나로 만들어 준다. 우리 부부는 커피라는 같은 공유점을 가져서,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 바로 우리가 생각하는 착한 커피 집을 운영하는 것이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커피 문화 수업을 마치고 전문가 과장까지 마친 후 차근차근 준비 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이혜영 선생님의 조언은 아주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남남인 우리 부부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는 이혜영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마지막으로 수업을 듣지 않으신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아직도 별다방 Americano가 가장 맛있는 커피 라고 생각하십니까? 퇴직금 털어 몇 억짜리 XX카페를 차리려고 하십니까? 부산대학교 평생교육원으로 오십시오. 여러분의 인생이 바뀔 수 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