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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ITUTE OF EDUCATION 부산대학교 평생교육원 21세기 지식기반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을 배출하는 교육의 터전

수강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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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간의 논술지도사 수업을 마치며

j*won8669 2012-12-02 693
118.47.7.170
"힘들고 어렵지만 학교에 나와 뭔가를 배운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워."

지난 달이었습니다. 그날 수업을 조금 일찍 마쳤는데 날씨도 차갑고 그냥 헤어지기도 아쉽고 해서 몇몇이 학교 앞 포장마차에 둘러 앉았습니다. 2천원짜리 칼국수와 떡볶이를 시켜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털어놓는데 한 선생님이 저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집안일이며 아이들 뒷바라지며 주부일에 전념하다가 이렇게 학교에 나와 공부를 하니 수업은 어렵지만 그래도 감사하고 즐겁다고 하셨습니다. 이 말을 듣고 저도 몰래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저는 수강생 중에서 가장 막내입니다. 올해 초에 휴학을 하면서 그래도 뭔가를 계속 배워야겠다 싶어 선배들의 추천으로 이 수업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쉬지 않고 학교를 다녀왔기 때문에 처음에는 사실 학교 수업의 연장처럼 느껴졌습니다. 가끔 게으름도 피우고 싶고 과제가 힘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저보다 나이도 많고 각자 일 때문에 바쁘신 분들도 최선을 다해 수업에 참여하시는 모습을 보니 참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학교에서는 이렇게 다양한 연령, 다양한 직업을 가진 분들과 함께 공부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공부하는 것의 의미를 돌이켜볼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분들과 함께 하다보니 이렇게 배울 수 있다는 게 참 소중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부산대학교 논술지도사 과정은 총 1년에 걸쳐 열립니다. 좀 더 짧은 기간에 수료할 수 있는 곳도 있다고 하지만, 수업을 직접 들어보니 왜 1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한지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논술지도는 간단한 이론이나 짧은 교육으로 완성될 수 있는 분야가 아닙니다. 논술을 하기 위해서는 사회, 역사, 철학 등 학문 전반에 걸친 풍부한 지식과 통찰력이 필요하고 이를 논리적으로 풀어쓸 수 있는 글쓰기 능력이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가르치는 사람이 이 모든 소양을 두루 갖추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따라서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희는 논술지도사(1) 과정을 통해서 한기 동안 논술에 대한 이론을 바탕으로 직접 논술 문제를 분석하고 글쓰는 연습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학기에는 (1)과정의 경험을 발판 삼아 직접 텍스트를 읽고 논술 문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허술한 이론에 그치는 수업이 아니라 직접 쓰고 읽고 고민하는 수업이었습니다. 아마도 전국의 평생교육원 중에서 이렇게 체계적으로 논술지도사를 교육하는 곳은 없을 것입니다. 

어느덧 1년이 지났습니다. 그 동안 직접 쓴 글이 하나 둘 컴퓨터 폴더에 저장되고 문제 개발하느라 줄 그어가며 열심히 읽은 책이 책장 한켠에 나란히 꽂혔습니다. 학생인데도 책읽고 글쓰는게 어려워 쩔쩔 맸던 걸 생각하니 이렇게 무사히 일년을 지나온 게 뿌듯하기만 합니다. 사실 저희 반은 유난히 사이가 좋아 공부보다도 먹고 떠드는 게 즐겁기도 했습니다. 어떤 분은 항상 차를 준비해 오시고, 직접 빵이나 쿠키를 구워오시거나 배 한 박스를 가져와 나눠주신 분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정을 느끼면서 공부하기는 처음입니다. 아직 남은 과제가 있어 컴퓨터를 켰다가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 이렇게 글을 씁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모두 좋은 결과를 내길 바라며 늘 좋은 가르침 주신 선생님과 항상 따뜻하게 격려해주신 다른 수강생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