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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ITUTE OF EDUCATION 부산대학교 평생교육원 21세기 지식기반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을 배출하는 교육의 터전

수강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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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학교 평생교육원 문인화반 수업을 마무리하며

j*eun 2012-12-02 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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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학교 평생교육원 문인화반 수업을 마무리하며

수강생 조은주

 한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달.

 교실 창문 너머 바깥 풍경은 떨어진 나뭇잎들이 바람에 제 몸을 맡기며 뒹굴고 있지만 몇 개의 잎들은 떨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가지에 매달려 있습니다. 누가 이야기 했던가. ‘가지에 잎이 하나라도 달려 있으면 아직 가을’이라고. 오십이 넘은 나이에 들으니 공감이 가는 말입니다.

 먹 향기가 그윽한 교실 안은 다른 세상입니다. 부산대학교 평생교육원 문인화반의 정경입니다. 대부분이 나이 드신 아줌마, 아저씨 학생들이지만 열심히 배우고 연습하고 노력하시는 열성은 젊은이들 그 이상입니다. 저는 작년 2학기 때 등록을 한 오십 줄의 아줌마 학생입니다. 오래전부터 평생교육원에서 이런 공부가 있는 줄은 알았지만 먹고 살기 바빠 엄두도 내지 못하다가 신문 사이에 끼워 들어온 전단지를 보고 남편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얼른 등록하라고 먼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당신은 잘할거야. 열심히 해서 다음에 딸내미하고 같이 전시회도 하고.” 남편이 더 챙겨주고 협조를 해주었습니다. 작년 겨울 전시회 때는 잘 안입던 양복을 빼입고 멋쩍어하며 꽃바구니를 들고 아이들과 함께 와서 구경도 하고 정말 좋아라 했습니다.

 남편과는 30여년 전 밀양 서도회에 글을 배우러 다닐 때 만났습니다. 결혼과 함께 꿈을 접었지만 항상 안타까워하고 ‘신랑을 잘 못 만나서 그렇다’며 다음에 꼭 멋지게 꿈을 펼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 하였습니다. 그런 남편이 이제 제 곁에 없습니다. 몇 달간 투병생활 끝에 올 목련꽃 피는 오월에 사랑하는 가족을 남겨두고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났습니다. 감당할 수 없는 무력감과 눈물로 시간만 보내고 있었습니다. 바깥외출도 잘 하지 않고 그렇게 날만 보내고 있을 때 딸아이가 “엄마 이러면 안돼요, 그림 공부하러 가세요. 아빠도 그렇게 하라고 하실 거예요.” 아이의 그 말에 용기를 내어 올 2학기 등록을 하였습니다. 모두들 반갑게 맞아 주시고 저도 열심히 해보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아직 많이 서툰 초보자이지만 이번에 공모전에 작품을 한 점 출품해서 입선이라는 조그만 상도 받았답니다. 하늘에 있는 남편도 “당신 잘 했어, 그럴줄 알았어.”하며 분명 웃고 있을 겁니다.

 열심히 가르쳐 주시는 동정 김인종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같이 공부하는 분들과의 좋은 만남에 이젠 수요일이 기다려집니다. 지금 저에게는 마음의 행복과 설렘을 주는 유일한 날입니다. 끝으로 이런 행복한 수요일을 만들어 주신 부산대학교 평생교육원에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