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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ITUTE OF EDUCATION 부산대학교 평생교육원 21세기 지식기반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을 배출하는 교육의 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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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심리상담사 기초반을 마치며

g*s7410 2012-12-01 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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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심리상담사 기초반을 마치며

 

오랜 시간을 의심이 많은 나의 마음을 달래며 살아왔다. 때로 길을 걷다 까닭모를 눈물이 흐르곤 했다. 그 때마다 내 정확한 마음을 읽기가 두려워 그저 삼키고 또 삼킨 채 시간이 이만큼 흘렀다. 작년 이맘 때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별로 놀랄 일은 아니었지만 십 수 년간 내가 살아온 삶의 궤적이 결국 그리 굳은 거라는 생각이 들자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왔던 지난날들이 갑자기 껍데기 같아 보였다. 왠지 모르게 내 자신에게 너무나 미안해서 견딜 수 없었다. 그 뒤부터 부단히 노력했다. 내 감정을 충분히 읽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로 했다.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나를 정말로 사랑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수많은 책들도 읽었다. 그리고 어슴푸레하게나마 내 자신을 제대로 알고 사랑하는 법에 대해 서서히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내가 조금씩 회복되고 생활이 하나둘씩 바뀌자 나처럼 아픈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나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다 보니 수업 시간에 어두운 표정으로 맥없이 앉아 있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그들이 커서 나와 같은 아픔을 겪을까봐 걱정이 되었다. 손을 내밀어 그 아이들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싶었다.

미술심리상담 강의를 신청한 가장 큰 이유는 내 자신의 ‘힐링’이었고, 두 번째 이유는 아픈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어서였다. 이 두 가지 이유들은 당연히 수업에 열심히 참여할 수밖에 없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수업 중에 여러 가지 작업을 하면서 놀랍도록 집중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강의 듣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강의를 들으면서 복잡하게 뭉뚱그려진 내 감정들을 그림이라는 가시적인 것으로 표현하는 법을 배웠다. 처음에는 그림을 그리더라도 이건 내 감정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불안하기도 했고, 불만족스러웠던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날 그날 작품을 보면서 내가 왜 이것을 이렇게 표현했을까 생각해보고, 작업 하는 내내 내 기분이나 감정들이 어땠는지 곱씹어보니 결국 그 작품 자체가 나의 마음 어딘가를 표현한 것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나의 기분이나 감정을 전달하는 데 굉장히 어려움을 겪던 나인지라 감정을 밖으로 꺼내어 나타낸다는 것이 이렇게 홀가분하고 후련한 것인지 몰랐던 것이다. 강의가 끝난 지금도 나는 수첩을 하나 마련해 그날 그날 나의 기분이나 감정들을 가감없이 써내려간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날 하루 나를 돌아보고 더 이상 감정을 묵히지 않기로 스스로와 약속했기 때문이다.

근 이십년 만에 크레파스를 사보고, 찰흙과 지점토를 사보았다. 어린아이처럼 양 손 가득 밀가루 풀을 묻히고 깔깔거리며 풀그림을 그렸고 서로의 그림을 보며 마치 오랫동안 알았던 사람인양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시간은 오직 나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이었다. 스트레스 받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온전히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충만하고 아름다운 일인지 나는 배웠다.

여러 가지 진단 기법을 공부하면서 각각의 그림 속에 녹아 있는 서로의 이야기를 들었다. 지점토로 만든 ‘반달’ 작품을 두고 모두가 둘러앉아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었던 시간은 절대 잊지 못할 공감의 순간들이었다. 살아온 삶은 다르지만 모두가 고민을 안고 살며 그에 맞는 치유가 필요한 이들이라는 사실을 절감한 시간이었다. 특히 나는 여러 가지 가족화를 그리면서 부모님에 대한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를 바탕 삼아 지금은 부모님과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졌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미술 치료가 참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품이라는 매개를 통해 서로를 연결하고 상담 분위기를 좀 더 편안하게 만들 수도 있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끌어 낼 수도 있다. 무엇보다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장점은 그림을 그리는 그 과정 속에서 마음이 차분해지고 그 속에서 자연스러운 치료가 된다는 사실이다. 강의를 들은 지 2주 후 나는 화방에 들러 커다란 스케치북과 수채물감, 붓을 샀다. 그리고 마음이 어지럽거나 울적해지려 할 때마다 그림을 그린다.

4개월 남짓 흐른 시간 동안 나는 그렇게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나에게 맞는 힐링 테마를 찾고 있는 중에 만난 미술심리지도사 과정은 내게 나를 찾는 또 다른 방향을 제시해주었다.

특히 이 자리를 빌어 정윤정 선생님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꼭 드리고 싶다. 선생님을 통해 나의 새로운 모습을 깨달았고 세상을 보는 눈과 더불어 용기를 배울 수 있었다.

나는 아직 완전히 낫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나는 지금 다른 누구보다 내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법을 하나씩 배워 가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를 온전히 찾는 그 날 우리 아이들에게도 희망의 날갯짓이 결코 어렵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