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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ITUTE OF EDUCATION 부산대학교 평생교육원 21세기 지식기반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을 배출하는 교육의 터전

수강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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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서예 수료 후기

c*oiman 2012-11-26 976
175.199.148.72

황금이삭


 
얼마 후면 수료식이 다가 온다. 이맘 때 가 되면 마음을 다듬고 내 몫의 교육원 생활을 제대로 챙겨 왔는지, 그리고 함께한 학우님들께 소홀함이 없었는지 좀 더 안으로 삭이며 자신을 돌아본다. 세월의 길이만큼 다져진 삶의 무게도 한 몫 하겠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정신적인 성장과 함께 쉽게 낭비해 버릴 수 있는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 하는 것 같아 늘 가슴이 뿌듯하다. 다양한 연령층으로 이루어진 교육원의 학우님들 다른 분들의 모습에서 자신을 비춰보는 마음자세, 적당히 자유롭고 조금은 단체생활의 규율이 있고 뭐든지 쉽게 받아들이며 자기의 상을 들어내지 않고 제 각기의 모습에서 아름답고 성실했던 삶의 여정이 묻어나는 듯 했다. 거의 지천명을 넘어선 망년지우님들 오랜 지기처럼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한다.

옛 사람들은 고전에서 인간학을 배운다더니만 나는 서예에서 자신만의 철학을 배운다. 인터넷이란 문명의 이기에 힘입고 수많은 정보의 덫에 걸려 우리 모두의 정서도 무너져가고 느림의 미학도 모르고 살고 있는 듯하다. 붓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참 쉬운 일이 아니지만 옛 선현들의 좋은 말씀도 익히면서 가슴에 닿는 글귀도 새기고, 쉽게 잊어버리지만 순간순간 깨우치며 느끼는 감정은 대 자유인이 된 듯한 기분에 가슴이 벅차다. 그러나 글 보다는 내 가정을 먼저 떠올리고 내 삶의 터전을 먼저 다듬는다. 현재의 소극적인 자신과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도 서예를 접하면서 느꼈다.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그러나 쉬지도 말고", 전도된 가치관을 버리고 마음의 부자가 되고 싶다. 온갖 얽힘에서 벗어나 남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 해야겠다.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쇼의 묘비명에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란 글은 누구나 말년의 안타까움과 살아온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가슴 후비는 표현일 것이다.

나이 들어 무뎌진 감성도 교육원에서는 철없었던 유년시절이 떠오를 때가 있다. 그때의 지혜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부끄러운 기억들도 많았지만 다시 옛날로 돌아가도 역시 나의 머리로는 지금의 후회를 낳고 말 것이다. 주차장에서 강의실로 향하는 길목에 맑고 은은한 만리향의 향기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작은 욕심으로 꽃과 입맞춤 하며 계절마다 피워내는 꽃들의 모습에 늘 감사한다. 그리고 산뜻한 옷차림과 몸매로 캠퍼스를 오가는 젊음의 하나하나가 내 스무 살의 청사진을 보는듯하여 사랑스럽고 행복하기만하다.

오래전 학교 다닐 때 어느 교수님께서 대학은 맑고 신선한 종교의 전당이나 마찬가지라 하셨다. 아마 지성인들의 배움과 가르침을 받는 곳이라 자신을 성찰하고 학문과 함께 성숙한 인간 됨됨이에 중심을 두라는 말씀 같았다. "보시오 황무지라도 갈고 닦으면 가을에 황금이삭 수북 달리오"란 옛말 떠올리며 내 인생의 황금 이삭을 거두기 위해 나는 부지런히 조심스럽게 오래도록 평생교육원에서 글을 배울 것이다.
늘 중후하신 모습으로 학우님들께 글씨와 뜻을 가르쳐 주시는 학산 선생님께 감사 드리며, 평생교육원 여러 선생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