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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ITUTE OF EDUCATION 부산대학교 평생교육원 21세기 지식기반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을 배출하는 교육의 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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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독서지도사 수료후기

k*680517 2012-06-20 747
14.43.112.195

 꿈을 낚는 배움터


가르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배워야 한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올해는 대학원 입학을 계획했으나 큰 딸의 입시 낙방이 많은 계획을 뒤틀고 말았다. 업친 데덥친다고 사회적 경기 악화는 학원가의 불경기를 실감케 했고, MB정부의 방과 후 지원 사업은 고스란히 학원가의 고통으로 전환되었다. 이런 저런 사유로 대학원의 꿈을 접어야하는 현실에서 배움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는 생각에 대안책을 찾기로 했다.

 

부산대학교 평생교육원 홈페이지를 방문했다. 스피치과정을 찾아보았다. 패강이다. 그런데 눈에 띄는 과정이 하나 있다. [어린이 독서지도사]과정이다. ‘논술 1급 지도사’ 과정을 끝낸 나에게 ‘어린이 독서 지도사’ 과정이 필요할까?’ 잠시 망설임이 생겼지만 그래도 한 해를 그냥 보낼 순 없었다. 부산대학교 평생교육원 ‘어린이 독서 지도사’ 과정엔 특별하게도 네 분의 교수님이 강의를 하신다. 4개의 과목으로 나뉘어 더 전문적으로 강의할 것이라는 짐작이 들었다. 그리고 확신이 생겼다. 신 선생님을 설득하자는 생각도 번개처럼 지나갔다.

 

“선생님, 내가 너무나 좋은 강좌를 발견했는데 우리 함께 가요. 부산대학교 평생교육원에 「어린이 독서 지도사」과정이 있는데 다른 학교와는 달리 네 분의 교수님이 각기 다른 분야의 강의를 해 주시고, 강의계획표를 보니 글쓰기 지도를 해 준대요. 독서 지도사 자격증을 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이 과정을 배워두면 선생님이 자녀 교육하는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언어가 다를 뿐 영어 과목에도 적용하면 좋을 거예요. 혹시 선생님이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내가 도와줄게 같이 공부하러 가요. 화, 목요일이니 번갈아 운전하면 더 좋잖아요.”

나는 차분하면서도 밀도 있게 그리고 틈을 주지 않고 신 선생님을 설득했다. 같은 건물에서 일하는 신 선생님은 동생처럼 잘 따르고 가끔은 언니처럼 나를 챙겨주고 때로는 학원사업의 동반자로 멘토가 되기도 한다. 신 선생님과 이 과정을 듣는다는 게 설레기도 했다. 그래서 나의 목소리는 더욱 흥분되어 갔다. 'In put.' 을 강조했다. 그 생각에는 늘 동의하던 신 선생님이기에 흥쾌히 ‘O.K' 했다.

 

화요일은 내가, 목요일엔 신 선생님이 차를 몰고 학교로 간다. 한참을 잊고 있었던 젊음이 캠퍼스에서 물씬 풍겼다. 좋다. 실로 오랜만에 느끼는 젊음의 기운이 바람을 타고 다가 온다. 일상의 쳇바퀴를 멈추고 젊음의 싱그러운 향기 따라 소풍 나온 느낌이다. 합법적인 나의 일탈이기도 하다. 행복감이 들었다. 그러나 그런 기분을 만끽하기도 전에 ‘쨍그랑’ 접시 깨지는 따가운 소리가 눈앞에 펼쳐 보였다. 화려한 백화점 건물이 학교 정문 옆에 문지기처럼 서있고 그 백화점 7층에 교육원이 있었다. 논술을 가르치는 습관 탓인지 이 현상에 대한 비판의식이 새록새록 솟았다. 편리를 가장한 구매심리 유발과 학생들의 과소비현상에 대한 문제점을 간과할 수 없었다. 갑자기 걸음이 무거워졌다. 유명 브랜드 커피숍에 학생들이 참 많다. 그것도 아침부터... ...

 

첫 수업은 등록이 늦어서 본의 아니게 빠졌고, 두 번째 강의 시간이 우리의 첫 출석이 되었다. 25명 학생의 진지함과 교수님의 강의가 하나가 되어 강의실의 공기가 뜨겁게 고요했다. 병원에 가면 아픈 사람이 많고 공원에 가면 한가한 사람이 많다더니만 학교에 오니 공부하는 사람이 참 많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경건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고 자세를 가다듬게 된다. 대충 눈대중으로 반 분위기를 살피니 내가 제일 나이가 많아 보이고 내가 제일 뚱뚱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 나도 모르는 자조의 탄식이 토해져 나왔다. 반장도 이미 뽑혀있고 둘째 날이라 파란색 주차권을 나누어 주었다. 교재 없이 우리의 첫 날 수업은 심리적 적응을 하느라 애를 쓰는데 다 쏟았다. 함께 온 신 선생님이 행여나 맘에 들어 하지 않으면 어쩌나 계속 신경이 쓰였다.

 

작품 읽고 작가 분석하기, 사생문 쓰기, 장르별 책 읽기와 감상문 쓰기, 독서 심리 치료에 관한 도서 감상 등. 생각보다 많은 분량의 과제가 쏟아졌다. 묵직한 바위가 누르는 기운이 느껴졌다. 바쁜 시간을 쪼개서 겨우 왔는데 작가를 분석하려면 적어도 그 작가의 책을 5권 이상은 읽어야하고 사생문을 쓰려면 사물과 생활의 관찰이 필요하고 장르별 책읽기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멋지게 해 내고 싶은 욕심과 현실적으로 너무도 바쁘고 힘든 상황에서의 나는 갈등하고 고뇌했다. 그것은 곧 스트레스로 밀려와 급기야 작가 분석하기 PPT작업을 하면서 탈이 났다. 아이들이 학교 가기 싫은 병에 걸리면 배 아프고 설사하듯 나도 배가 아프고 설사를 하기 시작 했다. 겉으로 보기엔 씩씩하고 늘 당당하고 무엇이든 쉽게 하는 것 같지만 큰 덩치 안에 숨어있는 나는 전형적인 소심 A형 B of B다. Best of best란 뜻이다.

 

시간에 쫓기듯 늘 과제가 늦게 제출 되었다. 어쩌면 핑계일 수도 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잘 해야 한다는 강박증이 더 많은 시간을 끌게 한지도 모른다. 작가분석하기 PPT 작업은 나를 시험에 들게 했다. 정해진 시간에 발표수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이미 실무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대충해서도 안 되거니와 뭔가 다름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어 하루하루가 무거운 짐을 들고 서 있는 느낌이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남찬숙’이란 작가를 배정받았다. 66년생이시니 작가 연구나 연보들이 기록되어있기 만무했다. 자료를 찾다가 도저히 만족스럽지 않아서 작가와 직접 인터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고하십니다. 장유도서관이죠? 가끔 작가와의 만남 이벤트를 실시하던데 작가 섭외를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서 전화했습니다.”

“잠깐 기다리세요. 담당자 바꿔드리겠습니다.”

장유도서관 실무 책임자는 출판사 기획팀으로 전화를 하라고 했다. 나는 ‘사계절’출판사에 전화를 걸었다. 작가의 전화번호를 알려줄 수 없으니 우선 메일을 쓰라고 했다. 이유는 집필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이해도 됐다. 하지만 야속했다. 난 지금 급하고 이런 생각을 한 것이 나 스스로 참신하고 새로운 도전이란 생각이 들었는데 첫 걸음부터 난관에 부딪히는 기분이다. 메일을 썼다. 먼저 나를 알리는 자세한 글을 썼다. 직업, 나이, 이름, 전화번호, 그리고 메일을 쓰는 이유까지 상세히 썼다. 하루에 수십개의 메일을 받으실텐데 내 메일을 클릭할 수 있도록 제목에 아주 많은 신경을 써야했다. 긴 제목이 나왔다.

 

‘감사합니다. 김숙현입니다. (받은편지함, 니가 어때서 그카노, 가족사진, 안녕히계세요.의 독자)

 

3시간 후 메일을 열어보았다. ‘안녕하세요? 남찬숙입니다.’ 라는 제목의 메일이 와 있었다. 놀라운 사실은 선생님의 전화번호가 있었다는 것이다. 예상한 것 보다 빨리 그리고 훨씬 반갑게 답장을 써 주셨고 나는 당장 전화를 걸었다. 수수한 선생님의 사진과 작품에서 느낀 모습 그대로 목소리 또한 청아하고 소박했다. 반가웠다. 그리고 감사했다. 호들갑을 떨었다. 체신 머리 없이 나이도 잊고 마치 연예인과 연락이 닿은 소녀 팬처럼... ...

 

인터뷰 질문지를 보내고 곧 답이 왔다. 작품에 대한 선생님의 원고도 첨부되어왔다. 감동의 도가니다. 황홀지경에 빠졌다. 그리고 난 새로운 꿈을 설립했다. 그렇다. 설립이란 표현이 가장 잘 맞다. 내 안에, 마흔 다섯에 설레는 꿈 하나를 세웠다. 동화작가가 되리라. 그동안 글을 써야한다는 주문을 끊임없이 스스로 하면서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다. 이제 그 꿈으로 가는 길을 찾았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주부로, 엄마로, 사회인으로 바쁘게 살면서 잊고 있었던 나를 만나는 순간이었다. 눈물이 나왔다. 기쁨의 눈물일 것이다. 슬퍼서 또는 아파서 흘리는 눈물과는 조금 다른 뜨거운 느낌이 들었다. 이 기쁨을 두 딸에게 제일 먼저 나누어 주었다.

“엄마, 그렇게 좋아?”

큰 딸이 함박 웃어주었다. 사회인으로서 나를 가장 지지하고 인정해 주는 사람은 큰딸이다. 그 날 이후, 큰 딸아이는 컴퓨터 앞에서 헝클어진 머리로 글을 쓰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면 ‘엄마, 동화 작가 같아요.’ 라고 응원해 준다.

 

딸의 응원에 으쓱해지는 엄마, 학교에 가는 날이면 아침 설거지며, 집 청소며 빨래를 말없이 다 해주는 남편, 바쁘신 중에도 메일의 답을 잊지 않고 최대한 응대해 주신 작가 선생님을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새나왔다. 그리고 다짐한다. 지금부터 천 권의 동화를 읽으리라. 그리고 동화를 쓰리라고 다짐해 본다.

 

백영현 교수님께 배운 사생문 부터 써야 할 것 같다. 아주 많이 써 두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모아야 한다. 밥 먹듯 글을 써야 한다.

15주 과정 수업을 받으며 7주차 까지도 계속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했었는데 스스로에게 확신이 없었는데 정말 여기까지 잘 온 것 같다. 나의 고민과 갈등이 오만과 편견에 사로잡힌 오류였음을 생각하며 조금은 부끄러웠다. 돌이켜 보니 교수님들 마다 수업의 색깔이 달라 나에게 소중한 경험으로 오래 남을 일기가 되었다. 특히 조현애 교수님과 함께하는 그림책 공부는 재미와 신비감, 그리고 행복감을 주기도 했다. 학생 모두 둘러 앉아 독서 치료 토론 을 한 마지막 수업은 매우 인상 깊었다. 이성희 교수님과 한 ‘어린이 문학사’ 수업은 매우 값진 수업이 되었다.

 

배움의 자세와 앎의 희열은 세상 그 어떤 모습보다 아름답고 멋지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

이 모든 것이 올해 ‘어린이 독서지도사 과정’에 입문하였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래서 감사한다.